2023. 8. 3.

정해랑 주권자전국회의 공동대표


  우리 현대사에 지금처럼 새로운 정치세력이 간절히 요구되는 때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광복이 되고 분단이 되면서 미군정과 친일반공세력들의 극악한 탄압 속에 여야 모두 친일세력이 정치세력으로서 자리를 잡은 이래 그 외의 새로운 정치세력은 언제나 요구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를 위한 모든 노력은 때로는 노골적이고 불법적인 폭력에 의해, 합법을 가장한 사법살인 등에 의해, 또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진출을 차단하기 위한 왜곡된 선거제도와 정당법 등에 의해, 그리고 진보세력의 무능이나 부족함과 회색분자들의 농락에 의해 좌절이 연속되는 길을 걸어왔습니다.

  그런 가운데 1987년 6월민주항쟁으로 이 사회에는 절차적 민주주의가 정착되었습니다. 이는 민주적 제권리에 대한 국민대중의 각성을 한층 고조시켰으며, 국민대중은 스스로의 조직을 광범위하게 다양하게 만들어 가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이러한 노력은 제도권 정치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여 진보적 정치세력화가 정당의 형태로 태동하기 시작하였으며, 일정 정도 성과도 있었습니다. 그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이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제기도 본격적이고 대중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했습니다.

  국민대중 스스로의 이익을 위한 다양한 조직과 이 사회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에 놀란 지배세력은 역으로 극우수구세력의 조직화를 기도했고, 이념 논쟁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중간층의 불안감을 조장하였으며, 이명박 박근혜 정권 당시에는 직접적인 공격을 통해 국민대중의 직접적인 이익을 스스로 쟁취하려는 기도를 와해시키려고 하였습니다. 한마디로 정리해 보자면 1987년 6월민주항쟁 이후의 정치정세는 국민대중의 본질적인 이익을 쟁취해 나가려고 하는 세력과 이것을 억압하려고 하는 극우수구세력 사이에 일진일퇴가 거듭되었던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윤석열 정권의 성격은 이러한 정세에 대한 이해 속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이후 1987년 체제 성립과 함께 진전되어온 ‘민주주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민생 복지’ 등이 근본적으로 후퇴, 파괴되고 있다는 것은 이제 극우수구세력이 아니라면 누구의 눈에도 명확하게 보이는 일입니다. 이러한 위기는 비상시국이라고 규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비상시국을 대통령 하나 잘못 뽑아서 된 것이라고 이해하면 곤란합니다. 또한 하나도 변한 것이 없다고 이해해서도 안 됩니다. 윤석열 정권의 등장은 극우수구세력의 반동의 하나입니다.

  지금의 정세를 한마디로 정리해 보자면 ‘새것은 시작되었으나, 낡은 것이 물러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아니 물러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물러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는 데는 원래 역사의 변화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조건도 있습니다. 역사의 전진을 너무나 쉽게 생각하고, 변화와 진전을 아무것도 아닌 양 여기다가 조금의 후퇴에도 흔들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역사는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변화를 이루어내지만 거기에는 반드시 방해하는 세력들, 과거로 되돌리려는 세력들이 있고, 그들과의 투쟁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새것은 시작되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여러분들의 선택은 올바르다고 생각합니다. 낡은 것은 물러나지 않으려 안간힘을 씁니다. 새것과 낡은 것은 일진일퇴 속에 일단 낡은 것이 권력을 잡았습니다. 그러므로 새것의 전진을 위해 장애물인 낡은 것에 대한 투쟁을 중점과제로 삼는 여러분의 방향도 확실히 맞습니다. 다만 그 낡은 것은 단순히 윤석열 정권만이 아니고, 그들을 떠받치는 독점재벌, 이 사회 곳곳에 뿌리내린 극우수구세력, 무엇보다도 미일 외세가 함께 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새것을 밀고 나가되 낡은 것을 종식시키기 위한, 새것들의 광범한 연대 연합을 항상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나아가서 진정 새것만이 이 사회에서 낡은 것을 뿌리째 뽑아버릴 수 있고, 새로운 날을 열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의 변화는 우리 사회 주체들의 선택에 의해, 우리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낡아 빠진 다른 나라의 이론으로 우리 사회의 변화를 추구해 보려는 어리석음을 범하면 안 될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건투가 반드시 아름다운 열매를 맺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고맙습니다.